지난 달 대전에서 카이스트 멘토링 행사가 있었다. 총학생회가 총동문회의 지원을 받아 선후배간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자리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다. 창업분과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들이 모여들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학생들이 예상 질문지를 주고 선배들은 이에 답하되, 자유 형식으로 열띤 토론이 오갔다. 아래는 후배들의 질의에 대한 응답문이다. 자기 고백이 섞인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의 메세지다. 실제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 젠의 워크샵을 통해 얻은 지식과 교훈을 통해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학교 생활>

1. 벤처 창업(혹은 참여)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혹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누구나 세상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국가의 위정자들부터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까지 어느 하나 의미 없는 일이란 없다.
하지만 모든 일이 같은 성격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벤처 창업이라는 삶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일까. 창조와 혁신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삶. 이면의 어둡고 힘겨운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적이고 섹시한 히피적 삶. 자유로움과 치열함이 공존하는 삶, 모든 의사 결정의 책임과 권한을 감당해야 하는 삶, 그것이 바로 스타트업 벤처의 현장이 주는 의미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 커다란 계기는 여행이다. 나를 찾기 위해 떠난 7개월 간의 긴 여정이었다. 중남미를 내륙 횡단하며 내면의 깊은 목소리가 위대한 자연 앞에 반향 되어 오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귀국 후 한국 사회의 커다란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는 톱니바퀴로 살 수 없었다. 내가 나인 삶, 오로지 나와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삶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 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그러던 중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시작점에 있는 회사를 하나 알게 되었다.

 

2. 벤처 분야에서의 성공을 위해 학창 시절 갖춰야 할 소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문제 속으로 들어가라, 핵심은 문제 해결력이다. 경영, 경제/금융, 기업, 조직, 기술 등의 지식을 쌓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큰 기업 중심으로 수렴되고, 기술이 다변화하는 환경에서 작은 스타트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풀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그것이 얼마나 적합한 것인지 고객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다.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 주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좌시하지 말고 grab it 하라. 문제 상황에 당면했을 때 회피하지 말고 breakthrough! 하라.

 

여기서 필요한 핵심적인 기질은 인문학적 감수성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에 두루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에 관심을 갖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발상지 아테네는 상업국가였다. 농경국가나 유목국가와 달리, 잘 팔기 위해서는 인간을 먼저 이해해야 했다. 그것이 위대한 그리스 철학의 발단이었다. 세상에 대하여 더듬이를 세우고 문제를 발견하는 훈련을 지속하라. 우리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 그 기질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시장이 얼마나 그 해결책에 잘 공감할 수 있는지(market-product fit)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공감도가 바로 사업의 성패이다.

다음글 읽기  [나의 비전 Switch-On #2] 내일의 너는 오늘의 너가 결정하는거야

 

3. 꼭 추천하고 싶은 대학 시절의 경험 및 활동, 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경험이 궁금합니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좀 더 노력해야 했다. 벤처창업동아리 활동은 나의 대학 생활의 전부였었다. 어느 순간 리더의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리더의 성향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스스로 포기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내린 결정 중 유일하게 후회되는 결정이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잘 몰랐던 것이다. 묵묵히 다른 사람이 그려 놓은 비전을 따라가는 팔로워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을 쌓으며, 또 긴 여행을 통해 깊은 내면과 조우한 후 내린 결론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나는 조직에서 의사 결정에 앞장서는 기질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을 좋아하고 개척 정신이 강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먼저 자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라. 그리고 자신이 개척정신이 강하고 리더로서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면 도전하라. 벤처를 한다는 것은 (직무에 관계없이) 그 자체가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세상에 그것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직장 생활>


1. 벤처 종사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지식 등의 소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I may be wrong.’

리더십 강연회에서 어느 교수님이 던지신 화두이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 없이 의심해야만 오히려 정답을 잘 찾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고객이 정답이다. 내 아이디어가, 내 전략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시장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매몰비용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지금 순간에 더 나은 선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제까지 쏟아부은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옳은 선택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또한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 혹은 오랜 기간 개발해온 결과물은 마치 나의 분신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든, 시장이 어떻든 무조건 자신의 결과물이 진리가 되어 버린다. 세상 모두가 No라고 하는데, 내 머리와 가슴이 온통 그 프레임에 빠지게 될 때가 있다. 그 때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이 I may be wrong 이다. 내 것을 객관적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내 것을 부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타 도전정신, 개척정신, 커뮤니케이션, 인내심, 끈기 등은 기업가 정신의 요소로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인문학적 소양이다. 그것은 시장을 바라보는 예민한 감수성의 커다란 원천이다.

 

2.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나의 일이 세상에 의미있는 결과로 나타났을 때, 내가 기획하고 개발한 것이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로 시장에 공감 받았을 때. 사람은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일터에서 내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결과물은 곧 나의 분신이다. 따라서 그 결과물에 대해 인정을 받고 그것이 세상에 널리 의미있게 쓰인다면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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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성취감이고, payment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치이다. 댄 에리얼리의 테드 강연, ‘What makes us feel good about our work?’를 한 번 볼 것을 권한다.

 

 

3. 창업을 하다보면 실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들 때가 있나요? 그럴 때 마음을 다잡고 창업에 더욱 열정을 다하게 된 본인만의 경험은?
우리는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뛰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복권에 투자하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혹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러한 진부한 메세지 속에 진리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왜 실패해야 하는가? 바로 ‘성공의 지속’을 위해서 이다. 첫 시도의 성공, 혹은 빠른 성공은 지속적인 성공의 가장 위험한 적이다. 처음 몇 번의 성공에 도취된 사람은 그 성공 관성력에 빠져 더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숨어 있다. I must be right! 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패를 통해 배운자 만이 유연한 사고와 강인한 내성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만 오랜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현실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개척자가 아닌가! 스스로 자기 것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과 경험에 이 실패의 경험까지 더 하면, 대기업 경력 몇 년 정도는 우스운 가장 강력한 스펙을 쌓은 것이나 다름없다.

 

 

4. 창업 초기, 수익이 나지 않을 때에는 생활을 어떻게 해결하나요?
좋은 팀은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좋은 팀과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자원을 이끌어 낸다. 자원에 대한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말라. 열정이 넘치는 좋은 팀이 있다면 돈은 어떻게든 생긴다.

 

5. 창업을 함에 있어서 학, 석, 박 등 학위가 주는 영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학사는 처음으로 하나의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쌓는 과정이다. 석사는 처음으로 자신 만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박사는 인류 지식의 지경을 넓히는 과정이다.

 

석사부터는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그것은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문제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다. 풀어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세상에 유익한지 공감 혹은 설득하는 것이다. 그런 훈련의 과정 자체가 벤처의 생애 동안 문제해결력의 원천이 된다. 또한 석사 과정에서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가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벤처 창업을 한다면, 석사 과정을 꼭 권하고 싶다. 그 자체로 문제해결력에 대한 큰 배움의 과정이 될 것이다.

 

6. 창업 시 팀원 선정 및 끈끈한 팀웍을 유지하기 위한 선배님만의 방법은?
창업 팀원을 만나는 것은 결혼과 같다. 직장에서 사람을 구하거나 취업을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밀한 인연을 맺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인고의 시간을 같이 버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비전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지, 각자가 그리는 개인적인 비전에 대한 솔직한 교감과 소통을 통해 교집합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전문성과 태도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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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간에 건전한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좋다. 또한 각자가 한 것을 서로 공유하고 잘한 것은 인정해주고 동기부여하며 서로 성장해야 한다. 조직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 되고, 개인의 성장이 다시 조직의 성장이 될 수 있음을 서로가 피부로 느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끊임없이 각인 시켜줘야 한다.

 

사견이지만, ownership의 핵심은 결국 비전의 공유이다. 뜬 구름 잡는 가치의 공유가 아니라 수치화 될 수 있는 공유이다. 일의 의미와 보람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 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지분이다. 그리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내가 투신했을 때 1이 성장하는 것과 10이 성장하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나중에 잘 되었을 때 더욱 문제이다.

 

lean

(이미지 출처 http://bit.ly/IGog63 )

 

<비전>
1. 선배님의 사업에 대한 향후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아이템을 통해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 3기(햇수로) 정도의 멤버로 합류하여 내 아이템을 사업화 하고 있지는 못하다. 얼마 전 비즈니스 모델 워크샵에서 ‘책’읽어주는 여자’에 대한 서비스 개념을 아이데이션 하였다. 시간은 없으나 책 읽기를 강요당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많은 책더미 속에서 에센셜을 추출하는 방법에 서툰 새로운 정보 문맹을 위한 서비스다. 책을 요약하며 육성으로 브리핑 해주는 서비스로 1시간, 30분, 10분 단위의 요약으로 책 한 권의 핵심을 브리핑한다. 다변화되고 매일 폭포수 같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풍랑 속에서 수 많은 책들 중에 좋은 책들과 중요한 정보만 발췌하고 습득하는 문화가 생겨날 것을 기대한다.

 

2. 앞으로 개인적인 커리어 패스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현재의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새롭게 나만의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과점의 산업 구조에서 중소기업이 상존하는 생태계로의 진입에 좋은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데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3. 향후 벤처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재학생들에게 조언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 특히 아이템 선정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한 조언 부탁 드립니다.

 

석사 과정을 마친 학생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항상 먼저이고, 그 다음 해법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 옳은 해법(problem-product fit)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한 가지 기술을 오래 연구한 사람은 그 기술을 응용해서 해법으로 응용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자신이 가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거꾸로 찾아 나서다 보니, 시장에서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를 찾아라. 그러기 위해서 세상속으로 뛰어들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관찰하고 실험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