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씨는 중소기업의 대표이사이다. 과거에는 한개의 회사 통장으로 모든 자금을 관리했다. 물론 정부 정책 자금 등을 지원받을 때에는 별도의 사업자금계좌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그때만 잠깐 쓰고 다음에는 쓸일이 없다. 이렇게 사업을 한지도 어느덧 3년째. 통장에 돈이 빈번하게 들어오고 나가면서 기존에는 잔고와 거래내역만 관리하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뿐인 회사 통장에 2억원의 잔고가 찍혀 있을 때에도 이 돈을 분할하여 사용해야 하는 용도가 수십가지여서 따로 따로 관리하다보니 어느덧 상시 운영 자금, 비상자금, 성장자금의 기본적인 용도에 맞게라도 통장을 분리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은 기존에 사용하던 통장을 일상 운영 통장으로 용도를 한정하고 약 3개월 정도 상시로 고정비 등에 들어가는 돈을 남겨둔다. 그 다음 새로운 통장 두 개를 만들고 각각을 ‘비상 운영자금 통장’, ‘성장 투자 자금 통장’으로 이름을 정했다. (이제는 인터넷 뱅킹에서 통장의 별명을 지을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통장별 이름 등록이 가능하다) ‘비상 운영자금 통장’에는 거시경제 위기나 기업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서 6개월간 아무런 영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넣어 두었다. 이렇게 하고 남는 자금은 모두 ‘성장 투자 자금 통장’에 넣는다. 이 통장에 있는 돈들은 기업의 성장과 관련한 프로젝트나 신규고용, 신제품 개발/사업 발굴에 쓰일 자금이다.
이렇게 통장을 세개로 바꾼 후 길동씨의 머리속은 말끔해졌다. 이제는 각 통장별 잔고를 체크하고 다음과 같이 일상이 바뀌었다.
- ‘상시 운영자금 통장’에 잔고가 3개월로 적정하게 유지될 지 현금흐름을 살피게 되었다. (♦ 관련 포스트 참고 ♦)
- ‘상시 운영자금 통장’에 잔고가 3개월치가 일정 수준 초과하게 되면 잉여분을 ‘비상 운영자금 통장’으로 옮긴다.
- ‘비상 운영자금 통장’에 6개월치 잔고가 유지가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든든해 진다. 예상치 못한 경영 환경의 변화가 생기거나, 요즘 커지는 무역/환율전쟁이 나도 버틸 시간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버팀목이 된다.
- ‘성장 투자 자금 통장’에 있는 자금을 가지고 투자할 프로젝트는 신제품/신사업에 대한 구상을 진행한다.
- 이제는 가용 자원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판별이 되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투자할지, 보수적으로 할지에 따른 보유 자금 수준을 미리 설정해 놓는다.
위의 예는 가상으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의 입장에서 회사의 통장을 세개로 나누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는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이를 좀 더 일반화 시켜서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위의 예에서는 3개월, 6개월이라는 예시를 들었지만 기업별로 영업 시작 후 통장에 입금되기까지의 주기가 다르므로 해당 주기가 3개월 이상인 기업의 경우는 이에 맞게 보유 자금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하나의 예시를 든 것이므로 이를 각 기업에 적용할 때에는 영업 현금흐름의 안정성, 고정비 지출의 변동성 등을 고려하여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
본 기업 통장을 세개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의 최종적인 잇점은 돈에 대해 단순히 많고 적음의 숫자가 아닌 핵심 용도를 규정하고 이에 맞게 관리하는 것에 있다. 영업 현금 흐름이 지속 가능한 구조에 있는 기업의 경우 보다 유용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매출이 나고 있지 않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위의 방식처럼 세개의 통장으로 관리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구조를 먼저 만들면 항상 그에 맞게 내용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스마트한 기업 영업 현금흐름 관리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