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전에서 카이스트 멘토링 행사가 열렸다. 총학생회가 총동문회의 지원을 받아 선후배 간 만남의 장을 만든 자리로,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창업분과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이 모였지만,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질문과 선배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아래 내용은 그 자리에서 오간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정리한 응답문이다. 실제 스타트업에 종사하며 비즈니스 모델 젠의 워크샵을 통해 얻은 지식과 교훈, 그리고 자기 고백이 섞인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이 담겨 있다.

TL;DR

이 멘토는 창업을 자유로움과 치열함, 책임과 권한이 함께 오는 삶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학생 시절부터 문제 해결력과 인문학적 감수성을 길러야 하며,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템을 정할 때도 기술에서 출발하기보다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세상 속에서 관찰하고 실험하라고 조언한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03월

왜 스타트업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는 누구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모든 일이 같은 성격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본 스타트업은 창조와 혁신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삶이자, 어둡고 힘겨운 인고의 시간을 버티면서도 자유로움과 치열함, 책임과 권한이 함께 오는 삶이다. 그는 이런 현장을 “야생적이고 섹시한 히피적 삶”이라고 표현했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여행이었다. 나를 찾기 위해 떠난 7개월간의 긴 여정, 그리고 중남미를 내륙 횡단하며 마주한 자연과 내면의 목소리가 인생의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한다. 귀국 후에는 한국 사회의 커다란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는 톱니바퀴처럼 살 수 없었고, 오로지 나와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삶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시작점에 있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문제 해결력이다. 경영, 경제/금융, 기업, 조직, 기술 지식도 중요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이 결국 해야 하는 일은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풀어 주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해결책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해결책이 얼마나 적합한지 고객에게 설득하는 과정까지 해내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문제와 주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라고 말한다. 주변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붙잡아야 하며, 문제 상황 앞에서는 회피하지 말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찾아야 비로소 시장이 그 해결책에 공감할 수 있고, 그 공감의 정도가 곧 사업의 성패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market-product fit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문제 해결력과 함께 강조한 또 하나는 인문학적 감수성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며,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발상지 아테네가 상업국가였다는 점을 예로 들며, 잘 팔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했고 그 지점이 철학의 발단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더듬이를 세우고 문제를 발견하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 시절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경험은 무엇일까?

그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고 돌아본다. 벤처창업동아리 활동이 대학 생활의 거의 전부였고, 어느 순간 리더의 자리에 설 기회도 있었지만 자신은 리더 성향이 아니라고 판단해 스스로 포기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이 자신이 내린 결정 중 유일하게 후회되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사회 경험을 쌓고 긴 여행을 거친 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조직에서 의사 결정에 앞장서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과 개척 정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먼저 자신을 명확히 이해하고, 개척정신이 강하며 리더로서의 기질이 있다면 도전하라고 권한다. 벤처를 한다는 것은 직무와 무관하게 결국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세상에 설득하는 리더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벤처 현장에서 버려야 할 가장 위험한 태도는 무엇일까?

“I may be wrong.”

리더십 강연회에서 들었다는 이 한마디를 그는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꼽았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오히려 정답을 잘 찾을 수 있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결국 고객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디어와 전략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져야만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매몰비용의 오류를 경계했다. 더 나은 선택이 눈앞에 있어도 그동안 쏟아부은 것을 포기하지 못하면 옳은 선택에서 멀어지기 쉽다. 오래 붙들고 있던 아이디어나 결과물은 어느새 자기 분신처럼 느껴져서, 시장과 타인의 반응과 무관하게 스스로 진리라고 믿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그때 자신을 구해 주는 태도가 바로 “I may be wrong.”이며, 결국 이는 내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필요하다면 부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는 여기에 더해 도전정신, 개척정신, 커뮤니케이션, 인내심, 끈기 같은 기업가 정신의 요소들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예민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다시 한번 인문학적 소양을 꼽았다.

일이 보람으로 돌아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자신이 한 일이 세상에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것이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로 시장의 공감을 얻을 때, 사람은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깊은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터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곧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결과물이 세상에 널리 의미 있게 쓰일 때의 성취감은 payment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치로 다가온다. 관련해서 그는 댄 에리얼리의 TED 강연 What makes us feel good about our work?를 추천했다.

실패를 두려워할 때는 무엇을 떠올려야 할까?

그는 우리가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복권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같은 진부한 문장 안에도 진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보는 실패의 의미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지속’을 위해 필요하다. 첫 시도의 성공, 혹은 너무 빠른 성공은 오히려 오래 가는 성공의 가장 위험한 적이 될 수 있다. 초반 성공에 도취되면 “I must be right!”라는 프레임에 빠져 더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실패를 통해 배운 사람만이 유연한 사고와 강인한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과 경험, 그리고 실패의 경험까지 더하면 대기업 경력 몇 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강력한 스펙이 된다고 본다. 개척자라면 그 두려움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태도다.

창업 초기의 현실적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수익이 나지 않을 때 무엇이 버팀목이 될까?

그는 좋은 팀은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좋은 팀과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자원을 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원에 대한 걱정을 지나치게 많이 하기보다, 열정이 넘치는 좋은 팀을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런 팀이 있다면 돈은 어떻게든 생긴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학위는 창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그는 학위 과정을 다음처럼 구분했다.

  • 학사는 처음으로 하나의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쌓는 과정이다.
  • 석사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 박사는 인류 지식의 지경을 넓히는 과정이다.

특히 석사 과정부터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찾고, 그 문제가 왜 풀어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훈련이 시작된다고 본다. 그는 이런 훈련이 벤처의 생애 동안 문제 해결력의 원천이 된다고 보며, 석사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벤처 창업을 한다면 석사 과정을 꼭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팀원은 어떻게 고르고 팀워크는 어떻게 지켜야 할까?

그는 창업 팀원을 만나는 일이 결혼과 같다고 표현했다. 직장에서 사람을 구하거나 취업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밀한 인연이므로, 가장 어려운 인고의 시간을 함께 버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각자가 그리는 개인적인 비전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게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전문성과 태도는 기본 조건이다.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건전한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만들고, 각자가 한 일을 서로 공유하며, 잘한 것은 인정해 주고 동기부여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조직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고, 개인의 성장이 다시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서로 피부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각인시켜 줄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ownership의 핵심은 결국 비전의 공유라고 덧붙였다. 뜬구름 잡는 가치의 공유가 아니라 수치화될 수 있는 공유가 중요하며,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지분이라고 본다. 회사를 위해 투신했을 때 1이 성장하는 것과 10이 성장하는 것은 동기부여의 차원이 전혀 다르고, 나중에 잘되었을 때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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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bit.ly/IGog63 )

앞으로 그리고 있는 사업 비전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는 현재 스타트업에 3기(햇수로) 정도의 멤버로 합류해 있어 아직 자신의 아이템을 직접 사업화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얼마 전 비즈니스 모델 워크샵에서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서비스 개념을 아이데이션했다. 시간은 없지만 책 읽기를 강요당하는 현대인, 그리고 많은 책더미 속에서 에센셜을 추출하는 일에 서툰 이들을 위한 서비스다. 책을 요약해 육성으로 브리핑하고, 1시간, 30분, 10분 단위로 한 권의 핵심을 전달하는 형태를 그리고 있다.

그는 다변화되고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풍랑 속에서, 수많은 책 가운데 좋은 책과 중요한 정보만 발췌해 습득하는 문화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적인 커리어 패스도 이 비전과 이어져 있다. 현재의 스타트업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뒤, 새롭게 자신의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 과점의 산업 구조를 넘어 중소기업이 상존하는 생태계로 진입하는 데 좋은 단초가 될 수 있도록,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데 비전을 두고 있다.

아이템 선정에서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무엇일까?

그는 석사 과정을 마친 학생이라면 잘 알고 있듯,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그다음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옳은 해법, 즉 problem-product fit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한 가지 기술을 오래 연구한 사람일수록 그 기술을 응용한 해법에서 출발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가진 기술로 풀 수 있는 문제를 거꾸로 찾게 되어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마지막 조언은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문제를 찾아라. 그러기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관찰하고 실험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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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카이스트 멘토링 행사에서 가장 강조한 역량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크게 강조한 역량은 문제 해결력이다.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결책이 적합한지 시장에 설득하는 과정까지 포함한 능력을 말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인문학적 감수성도 함께 중요하게 보았다.

이 멘토가 스타트업에 뛰어든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나를 찾기 위해 떠난 7개월간의 중남미 여행이 큰 터닝포인트였다. 귀국 후에는 정해진 시스템 안의 톱니바퀴처럼 살고 싶지 않았고, 이후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스타트업과 연결되었다.

실패에 대한 불안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았나요?

그는 실패를 단순히 감내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오래 가는 성공을 위해 필요한 학습 과정으로 보았다. 빠른 성공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실패를 통해 유연한 사고와 강한 내성을 길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창업 초기 수익이 없을 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나요?

좋은 팀과 좋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열정이 넘치는 팀이 있다면 자원은 어디서든 끌어올 수 있으므로, 자원 부족만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학위는 창업 준비에 어떤 차이를 만든다고 했나요?

학사는 전문 지식을 쌓는 과정, 석사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 박사는 인류 지식의 지경을 넓히는 과정으로 구분했다. 특히 석사 과정은 문제를 찾고 설득하는 훈련이 포함되므로 창업의 문제 해결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아이템은 어떤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나요?

기술에서 출발하기보다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나서 해법을 찾아야 시장이 공감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를 위해서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직접 관찰하고 실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