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의 3천 원짜리 아이스 넥쿨링 밴드가 눈에 띈 이유는 가격이 싸서만은 아닙니다. 이 제품은 PCM 신소재를 사용해 18도 이하에서 자연 냉각되고, 냉동실 약 30분 또는 냉장실 약 2시간 냉각 뒤 약 60~90분 동안 냉감이 지속된다고 소개됩니다. 다이소몰 상품 정보 기준 가격은 3천 원입니다. 같은 계열의 넥쿨링 제품이 다른 채널에서는 2만~3만 원대에 팔리는 장면을 생각하면, 소비자는 아주 단순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굳이 비싼 걸 사야 할까?”

이 질문이 무서운 이유는 하나의 여름 상품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이소 뷰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다이소 화장품은 “급할 때 사는 저가품”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같은 주요 기업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내놓는 채널이 됐습니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다이소 입점 뷰티 브랜드는 약 100개, 제품 수는 800여 종으로 늘었습니다. 서울파이낸스는 2025년 상반기 입점 브랜드가 반년 전 60곳에서 약 100곳으로 늘었고, 제품 수도 500여 종에서 800여 종으로 확대됐다고 전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이소는 여전히 500원부터 5천 원까지의 균일가 생활용품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카테고리에서 가격 기준선을 다시 쓰는 조용한 카테고리 킬러가 되고 있습니다. 다이소가 파는 것은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닙니다. 기존 브랜드가 지켜온 가격 논리를 흔드는 대체재입니다.

가격이 아니라 기준선이 무너진다

소비자는 늘 싼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모든 싼 상품이 시장을 흔드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변화는 가격이 낮으면서도 기능의 핵심을 건드릴 때 발생합니다.

넥쿨링 밴드가 그렇습니다. 소비자가 이 제품에 기대하는 핵심 기능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목에 걸었을 때 시원한가, 물방울이 지나치게 맺히지 않는가, 외출이나 등하교, 출퇴근 시간 정도를 버틸 수 있는가입니다. 다이소몰의 상품 설명은 PCM 소재, 결로 최소화, 냉감 지속 시간 같은 기능 언어를 제시합니다. 이것이 소비자의 최소 기대치를 통과하는 순간, 3천 원이라는 가격은 단순한 할인 가격이 아니라 비교의 기준점이 됩니다.

여기서 기존 브랜드가 마주하는 문제는 “다이소가 더 싸다”가 아닙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쿨링 밴드는 원래 얼마짜리여야 하는가”라는 기준이 다시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2만 원대 제품이 당연해 보였더라도, 3천 원짜리 대체재가 일정한 기능 만족을 주면 비싼 제품은 자신이 왜 비싼지 더 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능은 80%, 가격은 10%’ 대체재의 힘입니다. 기능이 100%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핵심 기능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가격은 훨씬 낮추면 시장의 기준선이 흔들립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더 이상 “우리가 더 좋다”만 말해서는 부족합니다. “왜 그 차이에 이만큼의 돈을 더 내야 하는가”를 설득해야 합니다.

다이소 뷰티는 저가 매대가 아니라 실험실이 됐다

다이소 뷰티의 변화는 더 구조적입니다. 다이소 화장품은 1000원~5000원대라는 가격 범위 안에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췄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다이소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2022년 50%, 2023년 85%, 2024년 144%, 2025년 약 70%를 기록했고, 2026년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습니다. 같은 보도는 2022년 말 7개 브랜드, 120여 종이던 다이소 화장품이 2025년 말 150여 개 브랜드, 1400여 종을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한경은 2025년 상반기 기준 다이소 뷰티 브랜드가 약 100개, 제품 수가 800여 종으로 늘었고,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이 2023년 85%, 2024년 144%, 2025년 상반기 110%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수치들이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이소 뷰티는 더 이상 부수 카테고리가 아닙니다. 젊은 소비자가 작은 돈으로 여러 제품을 시험하는 실험실이 됐습니다.

리들샷 사례는 이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서울파이낸스는 브이티가 본래 5mL 기준 3만 원대에 판매되던 제품을 2mL 스틱형 6개 묶음으로 용량과 패키지를 바꿔 3천 원에 내놓았고, 이것이 소비자 체험을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품의 본질을 완전히 바꾼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처음 경험하는 진입 가격을 바꾼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저가 전략과 다릅니다. 브랜드가 다이소에 들어간다는 것은 마진을 포기하는 행위로만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소비자 획득 비용을 상품 가격 안에 녹여 넣는 전략입니다. 비싼 광고를 집행해 “우리 브랜드를 한 번 써보라”고 외치는 대신, 소비자가 3천 원을 내고 직접 써보게 만듭니다. 실패해도 부담이 작고, 괜찮으면 본품이나 다른 채널 구매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이소는 이 지점에서 유통 채널이면서 동시에 체험 미디어가 됩니다.

균일가 채널은 왜 카테고리 킬러가 되는가

카테고리 킬러는 보통 특정 품목을 압도적으로 많이, 전문적으로, 싸게 파는 유통 포맷을 뜻합니다. 그런데 다이소의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다이소는 특정 카테고리 하나만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카테고리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이소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가격이 낮고, 실패 비용이 작고, 매장 접근성이 높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구매 결정을 빠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3천 원, 5천 원이라는 가격표는 긴 비교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한번 써보지 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짧은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다이소는 특정 카테고리의 첫 체험 장소가 됩니다.

뷰티에서 이 변화는 특히 강합니다. 화장품은 원래 신뢰와 이미지가 중요한 시장입니다. 그런데 다이소가 소용량, 저가, 대기업 협업, SNS 후기라는 조합을 만들자 소비자의 불안이 낮아졌습니다. “싸니까 위험하다”가 아니라 “싸니까 부담 없이 확인해본다”로 바뀐 것입니다.

이때 기존 브랜드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매출 일부를 빼앗기는 일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가격 대비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는 일입니다. 한 번 낮아진 기준선은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3천 원 제품으로 충분한 만족을 느낀 뒤에는, 2만 원 제품은 더 분명한 이유를 가져야 합니다.

다이소의 침공은 시끄럽지 않습니다. 대형 광고를 앞세우지도 않고, 특정 업계를 정면으로 공격한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매대 위에 “이 가격에 이 정도 기능”을 조용히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직접 기존 가격 체계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브랜드는 어디서 방어해야 하는가

이 변화 앞에서 기존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격으로 맞붙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길은 위험합니다. 다이소의 가격 체계와 유통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고,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면 기존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둘째, 다이소 전용 제품을 따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요 뷰티 기업들은 이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용량을 줄이고, 패키지를 단순화하고, 채널 전용 라인을 만들어 낮은 진입 가격을 설계합니다. 이는 본 브랜드의 가격 체계를 지키면서도 신규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입니다.

셋째, 프리미엄의 이유를 다시 정의하는 것입니다. 다이소 대체재가 핵심 기능의 상당 부분을 제공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기능 목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긴 지속력, 더 정교한 사용감, 더 안전한 성분 검증, 더 나은 디자인, 더 깊은 브랜드 경험, 더 안정적인 사후 신뢰를 설명해야 합니다.

결국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제품이 다이소형 대체재보다 비싸야 한다면, 그 이유가 고객의 언어로 설명되고 있는가.

가격이 높다는 것은 더 이상 자동으로 품질이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격이 높으려면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다이소가 던지는 질문은 잔인할 만큼 단순합니다. “정말 그만큼 더 좋습니까?”

경영자가 봐야 할 것은 다이소가 아니라 대체 가능성이다

다이소의 넥쿨링 밴드와 뷰티 매대는 서로 다른 상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눈으로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더 이상 브랜드가 정한 가격 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핵심 기능을 충분히 제공하는 낮은 가격의 대체재가 등장하면, 기존 시장의 질서는 빠르게 흔들립니다.

이것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식품, 패션, 전자기기 주변기기, 교육 콘텐츠, 소프트웨어, B2B 서비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진짜로 쓰는 핵심 기능이 무엇인지 명확해지는 순간, 그 기능만 날카롭게 제공하는 저가 대체재가 시장을 파고듭니다.

기존 기업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의 가격은 어떤 기능이 아니라 어떤 신뢰, 어떤 경험, 어떤 결과를 포함하고 있는가.

고객이 우리 제품에서 실제로 쓰는 20%의 기능은 무엇인가.

그 20%만 10분의 1 가격으로 제공하는 경쟁자가 나온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방어할 것인가.

다이소의 조용한 침공은 값싼 상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객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순간, 시장의 가격 체계가 다시 쓰이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늘 생각보다 조용히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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